“국밥 놓고, 허공만 바라봐” 노인 유심히 본 경찰, 결국엔..

지난 21일 경찰청 유튜브에 올라온 한 동영상에는 수많은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게재 이틀 만에 조회수 140만회, 좋아요 1만개, 댓글 1160개가 넘은 해당 동영상은 경찰의 작은 관심이 사회에 얼마나 크게 기여할 수 있는가를 보여줬습니다.

이달 초 대구광역시 서구의 한 식당. 점심시간을 맞은 식당 안은 여러 손님으로 붐볐습니다. 이 가운데 혼자 멍하니 앉아 있는 노인 한 명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노인은 주문도 하지 않은 채 메뉴판만 멀뚱히 들여다봤습니다. 주인 도움으로 겨우 주문한 국밥이 나온 후에도 허공만 볼 뿐이었습니다.

마침 같은 식당에서 식사 중이던 대구서부경찰서 서도지구대 1팀 소속 경찰관(경사 이용훈, 경사 최상국, 경위 장형도, 경장 박춘호, 순경 서주현)들은 이 노인을 눈여겨봤습니다.

서도지구대 이용훈 경사는 23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노인께서 주문도 하지 않고 식당에 앉아만 계셨다. 처음에는 고령이라 그러신가 보다 했는데 음식이 나왔는데도 앞만 보고 계시더라.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식당을 나서면서 인상착의를 한 번 살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찰관들이 식당을 떠난 후 식당 주인과 직원은 수저와 젓가락을 챙겨주고 마스크를 내려주며 노인의 식사를 도왔습니다.

노인이 겨우 국밥 몇 술을 뜨고 있을 때, 경찰관들이 다시 식당으로 들어왔습니다.

이 경사는 ”식사 후 지구대 복귀 중에 치매 노인 실종 신고가 들어왔는데,

신고 위치와 아까 갔던 식당이 300m 거리로 매우 가까웠다. 식당에서 우연히 본 그 노인이 실종자일 거란 직감이 들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식당을 찾아 노인의 인상착의를 확인한 경찰관들은 전담부서에 신고를 인계했습니다.

식당으로 출동한 경찰관 두 명이 “OOO 어르신 맞으시죠. 가족이 찾고 있어요”라고 묻자, 노인은 “배고파서 밥 좀 먹으러 왔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경찰관은 “가족을 불러드릴 테니 천천히 식사하세요”라고 말한 뒤 노인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식사가 끝날 때쯤 노인의 보호자가 식당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이 보호자는 노인을 끌어안더니 이내 주변 시민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시민들은 치매 노인 실종을 막은 경찰의 작은 관심과 눈썰미를 높이 사는 한편, 노인의 식사를 도운 식당 주인과 직원의 세심함에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