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복이 있다’ 혹은 ‘인복이 없다’는 말을 씁니다. 그중에는 내가 지은 업과 덕이 구르고 굴러 좋은 인연이나 나쁜 인연으로 연결되는 것도 있을텐데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생에 다시 없을 은인을 직장에서 만났다는 누리꾼의 글이 화제가 됐습니다. 큰 빚을 진 상태였던 그는 한 회사 분석실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하는 일인 데다 외울 것도 많아 쉽지 않았지만, 열심히 하며 나름 막내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월급은 세후 300만 원이 조금 넘었습니다.
하지만 빚을 갚고 나면 손에 쥐는 것은 겨우 10~20만원. 방세조차 낼 수 없는 소박한 돈이었습니다.

도저히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삶에 거짓말처럼 따뜻한 빛이 들기 시작했다. 우선 방이 해결됐습니다.
같이 일하는 조가 아니라 접점도 없던 옆 팀 반장님이 본인 소유 건물에 있던 원룸을 내주었습니다.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32만 원짜리 방이었지만, 그에게는 보증금도 없이 월세 20만 원만 받았다. 월세를 내고 나면 생활비는 거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느 날 반장님은 “밥은 잘 먹고 다니냐”고 물었고, 그는 “회사에서 주는 밥 잘 먹고 다닌다”고 답했습니다.


다음날, 원룸 앞에는 밥을 잘 먹고 다니라는 메시지가 붙은 도시락이 놓여있었습니다. 회사에서 반장님을 만나자 “김치를 정말 오랜만에 먹어서 맛있었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반장님은 그 말에 “김치 없니?”라고 되묻더니 이번에는 큰 통에 김치를 가득 챙겨줬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몸이 안 좋아 그는 이틀 연속 회사에 제대로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쉬었습니다. 그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밖으로 나갔습니다.
반장님이 “아플 땐 잘 먹어야 한다”라며 죽과 간식이 가득 든 박스를 내려놓고 갔습니다. 그는 “이런 호의를 남에게 받아본 게 처음이라…어찌할 줄을 몰라 감사하다고만 했다”라고 털어놨습니다.

한편으로는 너무 받기만 해서 불안한 마음도 일었고, 감사한 만큼 어떻게든 보답도 하고 싶었습니다. 곧 받게 될 성과금 덕분에 10~20만원 정도 여유가 생기면 무엇으로든 챙겨드릴 생각입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채고서 반장님은 은근히 또 한소리를 했습니다. 그냥 회사만 열심히 다니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