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돈 다 뽑아주슈” 갑자기 할머니가 찾아와 은행에서 하는말, 한 은행원은 이 말듣고..

치솟은 대출 금리에 잠 못 이루던 어르신이 문자 한통을 받았습니다. 싼 이자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문자였는데, 사실은 보이스피싱이었습니다. 수천만원을 한번에 날릴 위기. 다행히 어르신이 찾아간 은행에 은인이 있었습니다.

“모두 현금으로…” 이 말에 은행원들이 한 행동

지난 2월 28일 오후 3시. 은행을 찾은 한 어르신이 누군가와 통화하며 다급한 목소리로 통장에 있는 돈을 모두 찾아달라고 말합니다. 무려 1200만원을 현금으로 말이죠. 수상하다고 생각한 5년차 은행원 최은지 주임은 문진표를 내밀었습니다. 어르신이 문진표를 작성하는 사이 계좌 입출금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죠. 아니나 다를까. 어르신은 창구에 오기 전, 이미 현금인출기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큰돈을 찾았습니다.

“무조건 현금 달라 그러시고 ATM기에서도 여러 번 고액을 출금도 하셨고 다른 데서 돈도 들어왔고, 이런 정황들이 합쳐지면 ‘이건 보이스피싱 같다’라고 판단이 어느 정도 서요”

보이스피싱을 확신한 최 주임은 이인선 지점장에게 상황을 전달했습니다. 이 지점장은 경찰에 신고한 뒤 어르신에게 다가가 “고액이라 시간이 걸린다”고 둘러댔죠. 그렇게 2분 뒤, 경찰이 도착했습니다.

“은행 직원 두 세명에 저희 다섯 명까지 일고여덟 명이 이거 사기고 보내면 안 된다. 찾을 수가 없고 추적도 힘들다고 오랫동안 얘기를 했었죠. 근데 본인은 너무 믿고 있는 나머지”

이들은 어르신을 상대로 30분 넘게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피싱범들의 감쪽 같은 수법 때문이었죠.

시작은 문자 한통이었습니다. 고금리 때문에 걱정이 많던 어르신 휴대폰으로 ‘저금리 대환대출’ 안내 문자가 도착했고, 어르신이 이 번호에 전화를 건 순간, 휴대전화에 원격 조정 프로그램이 설치됐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의 모든 정보가 넘어간 거였습니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어르신은 대환대출을 신청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곧바로 기존에 대출 받은 은행의 직원이라며 전화가 걸려와, 계약위반 운운하며 즉시 상환하지 않으면 금융거래가 정지된다고 협박을 하자 겁을 먹은 겁니다. 결국 대출금을 갚기 위해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기에 이른 거죠.

가족 전화도 받지 않고 계속 돈을 찾겠다고 고집을 피우던 어르신이 마음을 돌린 건 피싱범에게 전화를 걸어보고 나서였습니다.

“봉화지구대 경찰관입니다. 누구 과장님 맞으신지 물어보니까 말을 잇지 못하고 가만히 있다가 전화를 끊더라고요. (10:20) (어르신은) 전화를 ‘왜 끊지?’라는 말을 계속 했었던 것 같습니다 (10:26) 다시 전화를 했는데 안 받더라고요. (10:41) 더 이상 전화해 봐야 받지 않는다고 계속 얘기를 하니까 그제야…”

긴 설득과 수차례의 전화 통화 끝에 보이스피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어르신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가족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휴대전화에 설치된 악성코드까지 모두 삭제했습니다. 또 신속하게 대처해 피해를 막아준 최은주 주임에게 감사장을 전달했습니다. 최 주임에게 끝까지 설득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21:34) 굳이 고객님 화 내시는 걸 들어가면서까지 설득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게 맞는데, 직업적 사명감으로 말씀드리면 저희 은행을 믿고 거래해 주시는 고객이시고 지점에 맡겨놓으셨던 자금이기 때문에 최대한 안전하게 가져가실 수 있게 봐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을 했어요”